[정명석 목사의 만남과 대화] 글동네 : 전과 지도서

[정명석 목사의 만남과 대화 글동네]




글동네 : 전과 지도서


1945년 해방둥이인 어느 멘토의 초등학교 시절, 형편이 어려워 교과서도 없이 학교에 다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교과서도 없는 그 소년의 친구에게는 '전과 지도서'란 책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교과서 문제의 답이 쓰여있어 숙제도 시험공부도 도와주는 놀라운 전과 지도서의 존재는
그만 소년의 마음에 아픈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시험을 앞두고 전과 지도서를 빌리기로 했다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친구 때문에 싸움까지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다 읽어놓고도 잊고 가져오지 않은 친구의 무신경함에 분통이 터져 치고받고 싸우기에 이르렀다.

교과서조차 없이 초등 공부를 시작해야 했던 그의 신산한 삶의 한 대목은
듣는 이의 마음도 순간 먹구름이 낀 듯 먹먹해지게 했다.

그러나 인생 고비마다 어려움과 시험들을 헤쳐가며 이뤄낸 그의 놀라운 성취는
누구든 빌려서라도 꼭 보고픈 인생 전과 지도서와 다름없었다.

그는 예기치 못한 문제 앞에 꺾이고 주저앉을 순간에도 인생의 큰 밑그림을 그리시는 하나님을 인정하는 삶으로 직진하였다.
그리하여 그의 상처는 시련을 이겨낸 용기와 보람의 사연으로 남았다.

교과서도 없는데 전과 지도서를 빌려서까지 공부하려 했던
소년의 조약돌같이 야무진 마음을 떠올리며 흐트러졌던 마음을 다시 보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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